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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석 교수]‘중앙본색’ 그리고 보안법폐지반대를 향한 조중동의 ‘광란의 질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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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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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17]‘중앙본색’ 그리고 보안법폐지반대를 향한 조중동의 ‘광란의 질주’
[국가보안법 보도비평 17] 10월 20일자 보도분석
‘중앙본색’ 그리고 보안법폐지반대를 향한 조중동의 ‘광란의 질주’
오동석(아주대 법대 교수)
수많은 선박과 항공기가 사라진다는 ‘죽음의 버뮤다 삼각지대’가 따로 없다. 이른바 ‘죽음의 조·중·동 삼각지대’이다. 이들 ‘3인조 프로크루테스’에게 걸리면 인권이건 자유민주주의건 형사처벌만능주의 앞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침대 길이보다 큰 사람은 잘라 죽이고 작은 사람은 늘려 죽인다는 그리스신화의 괴물 프로크루테스 말이다. 보안법 폐지 반대에 목숨을 건 이들의 ‘광란의 질주’가 ‘이념 파시즘 경찰국가’를 지향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10월 20일자 보도에서 조·중·동 연합은 보안법 폐지 반대 공세에서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이들의 공세는 열린우리당 형법 개정안에 집중되었다. 중앙이 선두에 나서 여론을 참칭하며 이틀째 1면을 채웠고(1면), 왼팔 조선은 간첩 문제(A4면), 오른팔 동아는 군 문제(A3면)를 들고 나왔다.
보안법 폐지 반대에서 한동안 뒤쳐졌던 중앙은 수구언론의 선명성 경쟁을 의식했는지 온갖 망상을 떠벌여 가며 무척이나 안간힘이다. 전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13가지”가 장사 좀 됐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1면에서 <보안법 폐지 열린우리 형법 개정안에 여론은… 여당은… 검찰은…> 제목 아래 같은 얘기를 또 우려먹었다. “소모적인 이념 논쟁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법리 논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라지만, 국민을 우롱하였음은 물론이고 헌법은 사라지고 보안법만 남은 꼴이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문제는 ‘서울시의 서울공화국 독립선언’이다. 아무런 법적 조치 없이 서울시장이 독립선언만 한다면, 그것은 해프닝일 뿐이다. 연방국가의 주(state)도 연방을 탈퇴할 권한이 없는데, 하물며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이것은 서울시민의 주민투표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법률은 물론 헌법개정으로도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을 먼저 폐기하고 두 개의 헌법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의 이념 갈등과 반공이데올로기 주입으로 인한 레드 콤플렉스가 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 정서의 밑바탕에 있음은 가슴 깊은 곳의 아픔이다. 그 아픔을 딛고 화해와 평화를 통한 상생의 길로 나서야 할 과제를 남북은 더불어 안고 있다. 이 과제의 성취 여부는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기도 하다.
<중앙> 여론조사 허울쓰고 이념대립 부추기기
그런데도 여론조사의 허울로 이념대립의 끝없는 질주를 부추기며 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전혀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법리 논쟁’이 아니다(더욱이 인권이고 뭐고 다 팽개친 채 사례를 만들어 놓고 말이다). 이것은 국민의 비판 여론이 높다고 조·중·동을 폐간시키는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록 정서상으로는 폐간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법리적으로는 신문시장 점유율 규제나 소유지분 제한과 같은 ‘법적 수단’만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중앙의 사설(30면)은 한술 더 떠 <국민 다수는 보안법 폐지 반대한다>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그리고는 “5공 때도 학원안정법이 국민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철회된 적이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통일원칙에 반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 어떻게 군사쿠데타 정권이 학생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려던 학원안정법 제정과 비교될 수 있는지 한심하다. 그것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폄하이며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이어 3면에서는 <본지 형법개정안 모의 적용사례에 대한 여당 주장> “북한 공작원 숨겨주면 내란죄” 제목 아래 여당의 답변을 실었다.
조선은 A4면에서 <여 “과거에도 형법상 간첩죄 적용” 주장하지만 90년 이후 간첩 모두 국보법 적용>의 제목 아래 주요 간첩사건을 끌어내 형법개정안으로는 처벌규정이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보법이 국가안보를 위한 유일한 법으로 등장하고, 공안사건을 정밀하게 수사하게 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형법상의 간첩죄로 기소하는 잘못된 법 적용은 사라졌다”는 공안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어서 “90년대 이후에는 형법상 간첩죄를 적용한 예가 없다”며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양 소란을 떤다. 이제는 누구나 알 법한 법리, 즉 특별법인 국가보안법이 일반법인 형법보다 먼저 적용되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알고나 있는지. 보안법을 폐지하면 형법상 간첩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당의 형법개정안이 문제가 있다면 민변의 제안대로 ‘대한민국 이외의 국가 또는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는 자’로 수정하면 된다는 생산적 비판은 간 데 없다. 어떻게든 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 보자는 뒤틀린 심사 때문이다.
<동아>의 터무니없는 주장
동아는 A3면에서 <국보법 폐지땐 군 혼란에 빠질것> 제목 아래 기무사 관계자의 말을 전하는 한나라당 의원 발언을 소개하면서 직접 듣기라도 한 듯 인용부호를 붙여 “북한을 반국가단체서 제외한다면 주적 개념이 사라져 군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걱정하였다. 그러나 『국방백서』에 이 용어가 사용된 것이 1995년부터인 점, 국방부조차 그 폐기를 검토하고 있는 점(한국일보, 2004.7.16. 3면),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라는 지적(서울신문, 2004.7.17. 12면)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더욱이 기무사가 최근 3년간 보안법 위반 혐의로 8명(5건)을 적발하였고 관찰대상자 1000명이 넘는다며 주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문제에 대하여 이미 석 달 전에 “‘군대 내 이적단체 ○○사건’ 등 거창하게 보도됐던 사건의 실형 선고율이 10%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 군 입대전 학생운동 전력 등을 문제삼거나 영내 화장실에 낙서하는 정도여서 기무사가 수사실적을 위해 사건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주장한 내일신문(2004.7.9.치 1면)과는 영 딴판이다. 그 아래에서는 <국보법 사건 70%가 찬양고무죄 관련, 완전삭제땐 ‘친북혐의’ 수사에 구멍>이라고 다시 한번 찬양고무죄 폐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겨레가 <기무사의 ‘사상 검증’ 책임 물어야> 한다는 사설(23면)과 <고전에 사상감정 ‘21세기의 코미디’>(9면)를 지적한 것과 정말 비교된다.
덧붙여 조·중·동이 신났던(?) 일은 검찰총장의 발언이었다. 1면에서 <검찰총장 “국보법 폐지안 혼란”, “북 비폭력전술 쓰면 법적용 어려워” 국회답변>(동아), <송광수 검찰총장 “안보지키는 법 필요” 국보법폐지 사실상 반대>(조선)로도 성이 차지 않는지, <與입장에 사실상 ‘反旗’>(동아 A3면), <“국보법 남북 대치상황서 훌륭히 기능”>(조선 A5면)의 선정적인 제목을 뽑았다. 여론을 팔아 13가지 사례에 집중한 중앙이 A3면에서 <우리는 남북 대치상태 ‘안보형사법’ 체계 필요> 제목으로 비교적 얌전했던 것은 아마도 ‘한 건 했다’는 기분에 검찰총장을 굳이 크게 끌어들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은근한 보안법 폐지론 때리기 역시 거르지 않았다. <역사 청산과 모택동의 비극>(조선 A34면 시론)은 중국의 발전이 모택동식 역사청산을 하지 않고 등소평식 경제부흥에 힘쓴 결과라고 주장한다. 문외한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모택동의 실패가 “시작부터가 정적(政敵) 또는 사적(私敵) 등 특정인물을 비판·제거·매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사실(史實)이 날조되든가 모함이 난무하든가 혹 보복성 제보가 판치든가 하는 폐단이 생겼기 때문”임을 스스로 지적하고 있음을 보면, 이를 현 정부의 ‘과거사기본법’ 제정에 빗대려는 ‘음흉한 의도’는 빗나갔음을 밝힌다.
보수혁명 선동까지
<보수혁명이 필요하다>는 동아(A6면)의 칼럼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신장되는 소수의 자유”에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결연히 맞서야 한다’며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란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거 아닌가? 혹시나 하여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역시나 “개인의 여러 가지 자유를 존중하고, 봉건적 공동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사상 및 운동”이며, “개인의 정신적·사회적 활동의 자유에 대한 비인간적·강제적 구속과 획일화를 가능한 한 제거하는 것은 그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상·이념·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보안법 존속을 위해서 기본개념조차 왜곡하는 조중동을 넘어서야 하니, 정말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한편 한겨레는 1면에서 <보안법 법리논쟁 전면화: 민변·우리당 “조중동 무책임한 보도” 정면 반박> 제목의 기사를 싣고, 3면에서 <민변이 보는 ‘보안법 폐지·형법 개정하면…’ 북한 공작원 간첩행위 내란죄 적용 처벌가능> 제목 아래 구체적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조중동의 무책임한 보도’를 ‘법리논쟁’으로 표현한 것에 나의 불만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조중동의 무책임한 짓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논의의 핵심을 놓친 것이다. 보안법 폐지의 핵심은 사상·이념·표현의 자유 보장을 통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립에 있다. ‘처벌의 공백’을 운운하며 처벌 여부에 관심을 쏟는 것은 조·중·동이 원하는 바이다.
그들은 보안법 유지를 위해서라면 음주운전 단속하듯이 사상·이념·양심을 ‘불어 보라’고 주장할 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 사안의 현실적 가능성 여부를 판단한 다음 비록 분단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헌법정신은 인권 보장을 요청하고 있는 점을 분명히 하고, 적어도 남북관계에서 진정한 국가안보는 평화정착에 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유난히 긴 보도비평이었다. 마지막은 중앙 시평 <맷돌의 교훈>(31면) 중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맺으려 한다. 그 전에 설명할 게 하나 있다. 아이들끼리 대꾸하는 방식의 하나인 ‘반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보’라고 놀리는 사람이 있으면 놀림을 받은 사람이 팔을 뻗쳐 두 손바닥을 보이며 “반사!”하고 외침으로써 그 말을 오히려 말한 자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이제 조·중·동에게 “반사!”를 외쳐 본다. “우리 사회는 정말이지 서로 말이 안 통한다. 논리고 뭐고 소용없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겉돌고 있는 것들 사이에는 어김없이 이 ‘바보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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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