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무국 |
 |
[김진 변호사] 대한민국 안보는 무엇으로 사는가 |
|
2004/11/18 |
|
|
링크주소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no=188122&rel_no=18
[국가보안법 보도비평 21] 11월 18일자 보도분석
대한민국 안보는 무엇으로 사는가
김진(변호사, 민변)
18일 오늘 아침 신문 역시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서 밝힌 외교적 소신이 미국 입장과 다르다며 문제 삼는 기사들이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공식 입장이라면서 “한국 정부와 토론해야 한다”는 문장을, “노 대통령의 발언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보도하는가 하면(조선 A1 「미 국무부 노대통령 북핵 발언에 이견 표명」), “미국과 부시를 의식한 콤플렉스의 결과”이고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종횡무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A 34, 김대중 칼럼 「‘할 말은 한다’는 용기」).
이런 기사와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 기사들로 바빠서인지, 오늘 아침 신문에 국가보안법을 직접 다루고 있는 기사는 없다. 다만 4대 입법 처리에 관한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의 「4대 법안 타협론」에 관한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고, 국방장관에 이어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주적’ 관련 발언이 관심 대상이 되었다.
줄기찬 여당 내 타협론 보도
여당 내 4대 법안 타협론에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조선일보로, 사설(A35 「4대 법안 반드시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에서 문희상 의원이 제기하였다는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비롯한 4대 법안의 여야 타협론’을 자세히 소개하며, “너무나 당연한 말 …바른 소리”라고 칭찬하고 있다.
이 사설에 의하면 “그 동안 국민들 눈에 이 정권은 특정 세력과 계층만을 염두에 두고 특정 지역을 정권의 거점으로 확보하기 위해 나머지 국민들을 버려온 것으로 비쳐졌다. 4대 법안을 둘러싸고 온 나라의 분위기가 흉흉해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면서, “여당은 보안법 폐지가 개혁이라고 말하지만 다수 국민은 아니라고”하므로, “여당의 4대 법안은 갈등과 분열의 요소가 많은 법안들”이니 만큼 “여권은 원로들이 … 충고하는 뜻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한다”고 한다. 여전히 ‘다음 회기 넘기기’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도 18일자 A8면 「여 ‘4대법안 타협론’ 고개 - 명분 양보하고 실리 챙기나」라는 기사에서, 아예 “당내에서 현실론이 우세해지고 있다”면서 문희상 의원의 타협론을 비중 있게 다루고 “강경론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부영 의장이 17일 외신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반대만 하고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연내에 법안들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 말은 “협상을 의식한 원론적인 것”이라고 근거 없이 평가 절하하면서, “여야 대타협의 키는 국가보안법 협상에 달려 있다 …국보법이 풀리면 상대적으로 여야간 이견이 적은 과거사 문제나 사립학교법, 언론관련법도 타결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여 국가보안법 폐지 철회를 부추기고 있다. “대타협에 실패하면 다시 강경론이 득세하게 된다”고 하고, “이럴 경우 ‘모 아니면 도’식의 모험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한다.
한나라당에게 대안을 요구하라
또한 동아일보는 이 기사 바로 옆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서 국가보안법 분리 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나라를 지키려는 모든 애국세력과 함께 이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전의’를 다졌다는 내용 역시 빼놓지 않았다 (A8 「한나라당 “국보법 폐지 막는게 1순위”」).
그런데 한나라당 방침의 실질을 들여다 보면, 이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당 차원의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열린우리당이 폐지 의사를 철회하기 전에는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한겨레 5면 「4대 입법 처리 기싸움 돌입」)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에는 여전히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당론’이 없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개정안도 나오지 않았으니, 엄밀히 말하면 존치론인 셈인데, 그것은 아니라고 하니,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에 대한 명확한 당론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여당의 폐지론만 끝까지 문제 삼으면서 갈 데까지 가자는 것이 아닌가. 이번 주 초에는 17일 태스크 포스 팀 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내겠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 또한 무산된 듯하다.
이럴 때, 균형 있는 언론이라면, 그렇게 반대를 외치며 전의를 불태우는 한나라당에게 공식적인 당론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에 맞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모든 책임을 “폐지안을 철회하지 않는” 여당에만 미룬 채, 한나라당에게는 명확한 당론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 신문들의 태도는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되나
한편 동아일보는 오늘자(18일) A5면에서 「정통일 - 주적 개념 달라져야, 이종석 - 다른 나라는 안 써」라는 제목으로 1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달라진 남북관계 환경을 생각해서 주적(주적) 개념은 달라져야 한다”며 “국방백서에서 다른 용어로 서술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 발언을 보도하면서, 그 동안 정부 관계자들의 논쟁 흐름을 도표로 만들어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A2면 사설 (「주적 개념 폐기 서두를 때 아니다」)에서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은 여전히 위협적이며, 군은 그런 북한과 최일선에서 직접 맞서는 존재”이므로 국방부의 수장이 “스스로 주적개념의 폐기를 들고 나왔으니 당장 군의 정신무장 태세에 손상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하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은 “정부가 국가안보에 앞서 남북관계를 우선시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등으로 안보불안 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태”에서 “공연한 분란만 일으킬 소지가 크다”라고 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주적 개념 폐기에 집착하는 정부의 조급증이 문제”이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어설픈 조급증은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으므로, “정부가 먼저 할 일은 국민에게 확고한 안보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중앙일보 18일자 30면 사설(「'주적 폐지'하자는 국방장관의 안보관」)도 “이 사안은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정치이슈”라고 하면서, “국방장관이 이런 식의 발언을 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 문제이며, 그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주적 개념 논쟁이 “김대중 정부 이후 북한의 강력한 반발에 의해” 제기된 것이라고 하면서, “문제는 정부의 이런 방침이 군 내부나 국민들의 대북 안보 정서와는 차이가 난다는 점”이라며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가 최근 육·해·공군 장병 1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8%가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기사 내용의 부당성을 둘째 치고라도,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윤 국방장관과 정 통일부 장관이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그런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발언으로 ‘분란’을 일으켰는지. 그래서 다시 기억을 되살려 보아도, 윤광웅 국방장관이 한 말은 “북한은 주적이 아니다”라는 취지가 분명히 아니었다. 다만 “국방부가 주적개념을 표현한 것은 언어도단 …이는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곳에서 얘기해야 할 사항”이라는 취지였다(국민일보 2004. 11. 16).
이는 11월 5일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있는 회의실에서 한 발언이었는데, “군사정책은 국가 외교안보정책의 하위개념이므로 주적 문제는 외교부에서 설정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알려졌다”. 이는 매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말로 들린다. 오히려 국가 외교안보 정책과 군사 정책이 달리 가거나, 나아가 군사 정책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군사 정부나 전시 정부에나 어울리는 말일터이다. 그럼에도 열흘 전에 국방부 내부 회의에서 나온 말을 크게 문제 삼으며 며칠째 신문 지면을 덥히고 있는 상황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자(18일) 조선일보 A1면에 따르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달라진 남북관계 환경을 생각하면 주적개념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평지풍파나 분란을 일으키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이 주적 개념에 대한 견해를 물었기” 때문이고, 정 장관은 “개인적으로는 낡은 논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탈냉전시대에 어느 나라도 특정 국가를 주적으로 지칭해서 방위전략을 펴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는 것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대에는 그런 나라가 없다는데, 유독 우리만 특정 국가에 대한 주적 개념을 고집함으로써 안보가 강화된다는 논리는 도대체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
이 아침 나는, 여전히 시끄러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보도를 접하며, 이 모든 소동이,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주적 개념을 고집함으로써 반북 정서와 냉전 분위기를 되살리고, 계속해서 “국가보안법 체제”에 기생하려는 목소리의 마지막 장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보았다.
|
|
|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