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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조상기한겨레논설위원]‘보안법’의 고백 2004/11/16
다음은 11월 15일자 한겨레신문 조상기 논설위원의 글을 퍼온 내용입니다.

‘보안법’의 고백

[한겨레 2004-11-15 20:39]  조상기 논설위원


[한겨레] 제 이름은 국가보안법입니다. 통상 보안법으로 통합니다. 사실 저는 반세기도 전에 이미 생명을 다한 몸입니다. 오늘 그 진실을 고백하려 합니다.
그해 여름을 잊을 수 없습니다. 6월25일 새벽 쳐내려오기 시작한 인민군은 28일 서울을 점령했습니다. 그 여세로 밀어붙인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결정적인 순간에 인민군은 서울에서 사흘을 머물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정일권의 회고처럼 그들은 남한 각지에서 ‘붉은 반란’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남침 계획 자체가 사흘 안으로 서울을 점령하면 끝나게 되어 있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서울만 장악하면 민중봉기로 남한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실제 김일성은 26일 방송을 통해 ‘남반부 빨치산과 노동자, 농민 등에게’ 전면 봉기를 부추겼습니다. 이어 27일에는 당 중앙위원회가 ‘구국투쟁’을 호소했습니다. 28일에는 부수상 박헌영이 방송연설에 나서 “적의 후방에 있어서는 첫째도 폭동, 둘째도 폭동, 셋째도 폭동입니다. 전력을 다해서 대중적·정치적 폭동을 일으키시오”라고 남한 주민들을 선동했습니다.

그러나 그들로서는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한 주민 누구도 인민군의 남침과 서울 점령을 환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인민군은 아무 소득 없이 사흘을 허비했으며, 7월1일 미군 선발대가 부산에 상륙하는 기회를 주었던 것입니다. 훗날 이의 책임을 싸고 정치투쟁이 벌어졌던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저는 전쟁이 나자 내심 할일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각종 폭동과 유격운동 등을 차단하는 것이 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폭동은 없었습니다. 그때 저의 허탈함을 상상해보십시오.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수도 서울이 함락됐습니다. 크지도 않은 나라인데, 서울이 떨어졌다면 끝장 아닙니까. 그런데 점령군이 연일 선동하는데도 봉기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미군도 없는데. 저의 존재이유가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봉기가 없었던 이유로는 많은 분석이 있습니다. 1946년 중반 이후 조선공산당의 숱한 급진적 투쟁으로 핵심당원들을 잃었고, 대중들 또한 무력투쟁에 염증과 두려움을 느껴 이탈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농토는 농민에게 분배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약 155만호의 농가에 농토를 유상분배한 토지개혁을 이유로 들기도 합니다. 이 개혁으로 소작농의 불만이 완화됐다는 것이지요. 이는 사회개혁이야말로 안보를 지켜준다는 교훈으로도 인용됩니다.

아무튼 북한은 이때 새삼 남북의 정세와 현실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뒤로 남쪽을 함부로 넘보지 않은 것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남조선 혁명론도 기실 남한 내부 투쟁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할 것입니다. 가끔 군사적 모험주의가 있었지만 그것은 이런 위기감의 발로일 뿐입니다. 지금은 제몸 추스르기에도 겨를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제는 남북 화해가 진행되는 마당입니다. 저는 설자리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여순반란사건 등 내란적 상황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형법이 제정될 때까지 한시적 법률로 급박하게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뒤 내란 상황이 종식되고 완벽한 형법이 만들어졌는데도 기득권자들은 저를 그대로 존치시켰습니다. 되레 저의 소임은 확대되고 남용돼 마침내 사법살인을 저지르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독재자들은 내부의 갈등을 강압하기 위해 흔히 외부의 위협을 명분으로 삼습니다. 이때 색깔론과 저 보안법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저는 규정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이 가능해 이용가치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죄형 법정주의의 형법 따위는 거추장스럽기만 한 것입니다.

저는 이제 할일도, 정당성도 없습니다. 제가 없어지는 것이 국제사회에 떳떳한 인권국가로 서는 지름길입니다. 저는 사라지는 것으로 죗값을 받고 싶습니다. 부디 저를 역사 속으로 보내 주십시오. 여당이 일부의 저항을 염려해 주저한다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저를 폐기하는 일을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제발! 조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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