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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보도비평 15탄] 조중동의 고집스런 국보법 폐지 반대 2004/10/18
[국보법 보도비평 15탄] 10월 18일자 보도분석


조중동의 고집스런 국보법 폐지 반대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여당인 열린 우리당이 4개 개혁입법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보수진영의 반발은 예상대로 강경하다. 보수 언론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반발도 작지는 않다. 둘 다 이번 입법안을 개혁입법이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방향은 극과 극이다. 동아는 오늘자(18일) 사설 ‘나라를 끝없는 분열로 몰고 갈 셈인가’에서 이 법안들은 개혁 법안이 아니라 쟁점법안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개혁이라는 긍정적 가치를 여당이 선점하고 있는 것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러면 좀 더 개혁적인 것을 요구해야 마땅할 텐데 그런 요구는 없다.

반면 개혁적인 시민단체나 진보진영은 이번 열린 우리당 안이 핵심이 빠진 법안으로 그 개혁성이 미약하다고 비판한다. 좀 더 개혁적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어떤 태도가 올바른지는 명약관화하니 재론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정치권의 일각에서 개혁법안을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니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에 대해 진정 국민을 위해 논의하면 되는 시점일 뿐이다. 언론도 이러한 과제 해결이 국민적 관심 속에서 잘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면 그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17일 법안 발표를 계기로 각 언론들은 오늘(18일) 이를 대서특필했다. 국가보안법 관련 보도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 기사가 생산적이지는 못하다. 한쪽의 주장에 치우친 조선일보의 기사나 각 당의 의견 차이를 제시하면서도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동아일보 기사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 신문들의 관점을 명확히 드러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언론

18일 오늘자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로 「‘북간첩 처벌’ 조항 없어져」라는 제목으로 이번 열린우리당의 형법 보완론이 “여당안대로라면 북한에서 넘어온 간첩을 ‘간첩죄’로 처벌할 근거가 사라지는 것 외에도 북한 노동당을 자동적으로 내란죄로 처벌할 근거가 사라진다”(A1, A3)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국보법 폐지 반대의 입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선>은 “간첩죄 조항중 ‘적국을 위하여’를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한’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여당안에 따르면 북한은 ‘내란목적 단체’일 뿐 ‘외국이나 외국인의 단체’로 볼 수 없어 북한을 위한 간첩죄를 처벌할 조항이 없어지게 됐다는 지적”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하여 국가안전에 위험한 간첩행위에 대하여 내란목적단체조직죄의 예비·음모나 준적국 조항을 통해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음을 교묘히 은폐하고 있다. 또 현행 형법만으로도 간첩행위에 대한 처벌은 충분하다는 그간의 형법학자들의 주장은 여전히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더욱이 「간첩수사, 요즘은…(上): 200년 이후 北 상대 防諜작전 중단」(A5 거의 전면) 기사는 ‘고무·찬양 첩보를 간첩 수사의 실마리로 삼았었는데 혹은 이적단체 가입만으로 조사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물증이 없으면 힘들다’는 식으로 전근대적인 ‘마녀사냥’식 인권침해 공안수사관행의 그릇된 과거를 오히려 옹호하고 있다.

또 기획 지면(A3) 전부를 할애해 국보법 폐지에 대한 반대논리를 부각시켰다. 상자기사로 여당의 국보법 폐지에 따른 형법 개정안 요지와 법적 구속 범위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의 주장이 구태를 못 벗어나고 있음은 물론 본문의 경우는 완전히 여당 안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

먼저 북한이 폭동을 통해 혁명하는 조직이 아니라고 한다면 내란 목적 단체로 보기 힘들어진다는 주장을 전하였다. 폭동을 통해 혁명하려 하거나 침범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협상의 대상으로 보아야지 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통일을 지향하는 지금의 시대적 조류이고 이를 위해 정권안보용 악법이었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것이라는 점을 알기나 하는 것인지!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 조선일보에게 북한은 적이어야 하는 절대 명제가 있는 모양이다.

‘광화문 인공기 깃발론’을 다시 언급하는 조선일보의 보도 수준에는 더 말할 여지가 없다. 광화문에서 폭동을 일으키지도, 일으킬 생각도 없으면서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드는 사람을 정상이라고 볼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대도 악의없이 비정상이거나 우연한 실수를 그런 일을 저질렀던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처벌되거나 곤욕을 치렀던 것이 우리의 경험이고 그래서 막걸리 국가보안법이라는 치욕스런 이름을 얻게 되었으며, 그것이 국가보안법 폐지의 중대사유라는 점을 조선일보는 언론사임에도 들어 보지도, 취재한 적도 없는 모양이다. 설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면서 내란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사람이 있겠는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난받았던 그리고 그 희생양이 되었던 한총련, 범민련 남측본부, 해외본부를 사법처리할 수 없다고 이적단체 조항 삭제를 비판하거나, 반인륜적 조항이라 비난받았던 불고지죄 폐지를 간첩선 신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장된 해석을 늘어놓는 것에는 손발을 들 수밖에 없다.

잠입탈출죄, 회합통신죄 삭제가 간첩조차 잡을 수 없다고 과장하고 있다. 만약 현재 여당안대로 통과되어서 검찰이 간첩을 처벌할 수 없다고 하면 조선일보는 간첩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할까, 아니면 원래 예측했던 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할까? 남북이 통일을 지향한다고는 하나 여전히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불행한 현실에서 간첩을 못 잡는다고 하는데 국가보안법 폐지를 찬성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조중동의 간첩체포 불가능론은 국보법 폐지 반대를 위한 파급력있는 선동무기가 될 것이다. 물론 국가보안법이 형법개정이나 대체입법없이 완전 폐지되더라도 현행 형법에 있는 내란죄나 간첩죄를 적용해 간첩을 잡을 수 있다는 진보진영의 주장은 조선일보에서는 전혀 소개되고 있지 않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에 비하면 그나마 조금 낫다. 보수적 시각에서 여당안을 비판하지만 A4면에서 형법을 보완하려는 여당의 주장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입 탈출, 찬양고무, 회합 통신, 불고지죄 등의 삭제에 대한 평가에서는 조선일보와 닮은꼴이다. 인공기론, 주체사상 배포론, 한총련 처벌론 등을 예로 드는 점에서 한 치도 나은 바가 없다.

더군다나 ‘간첩 단서 잡아도 손 못쓸 판’이라는 기사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한 부장 검사의 말을 인용, 이적 표현물을 몰래 갖고 있거나 김일성을 찬양한 사실 등이 간첩 수사의 단초인데 이것이 빠지면 어떻게 간첩 수사를 하겠느냐고 지적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이런 혐의가 ‘추정’된다는 것만으로 간첩으로 몰아가던 과거의 관행이며, 이를 반국가사범으로 몰아가던 과거의 기본권 통제이고, 이제 이것을 푸는 것이 발전된 국가의 ‘정상화’ 과정인 것이다.

중앙일보가 개정안에 대해 다루는 방식은 조선, 동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A3면에서 열린우리당 안과 그에 대한 우려를 단순히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같은 면에서 한나라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소개하는 기사는 열린 우리당 안을 소개하는 기사가 유연했던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조선이나 동아처럼 간첩 처벌이 어렵다는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한 것을 넘어서 ‘공산당 합법화 못 막는다’는 주장을 제목으로 뽑은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중앙일보의 자세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상으로서 정치적 관점으로서 공산당이 과연 불법이어야 하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열린우리당의 형법개정안이 공산당 합법화를 못 막는다는 제목에 독자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정치적 견해로서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정당을 생각할까? 아니면 북한 공산당의 하수인으로서 공산당을 생각할까? 한나라당의 색깔론적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중앙일보의 주장은 무엇일까? 우리 역사의 질곡이었던 반공 이데올로기를 되살리는 중앙일보에서 더 큰 수구세력의 반발을 엿볼 수 있다.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논조

왜 이런 기사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중앙일보의 사설에서 그 속내의 일면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당이 내놓은 소위 ‘4대 개혁법안’의 밑바탕에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 사회주도세력을 확실히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보안법 폐지 논쟁을 통해 보수세력의 기반을 허물고”라는 내용에서 ‘아! 보안법이 역시 보수세력의 기반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권침해를 이유로 국내외에서 국보법 폐지 주장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온존하고 있으며,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지지로 개혁성향의 정당이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했음에도 여당이 과감하게 보안법 폐지를 못하는 이유가 정치적 기반을 잃는 것을 두려워 하는 보수세력의 반발 때문이였다는 방증이다. 조선일보가 ‘강경파 밀어붙이기에 대체입법파 역부족’, 동아일보가 ‘여, 격론끝에 386의원 지지안 채택’ 등으로 제목을 뽑으면서 인권과 정의의 문제를 정치적 역관계의 문제로 오도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의 논조는 비교적 냉정하다. 경향의 ‘국보법 격론 끝 ‘내란죄 보완’ 결론’, ‘민노·민주등과 ‘개혁 연대’ 이번 회기내 반드시 처리‘, ’국보법 폐지 단호히 저지 대안 제시는 국감 끝낸후’ 등의 기사제목, 한겨레의 ‘대체입법안과 막판 저울질 끝 결론’, ‘입법 저지 똘똘 뭉친 한나라’ 등의 기사제목 등에서는 비교적 정치적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다. 인권과 정의의 문제인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이렇게 냉정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비판적 정서도 있을 수 있으나 그래도 정치적 해석으로 덧칠 한 조중동의 논조보다는 나을 것이다.

독자로서 기사의 논조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정치적 함의를 읽는 수고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신문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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