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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오동석 헌법학교수 기고] 열린우리당은 잘못된 정답 강요하고 있다 2004/10/14
열린우리당은 잘못된 정답 강요하고 있다

'국보법 보완입법 4개안' 비판..."폐지안도 넣어라"

  
열린우리당은 지난 12일 '국가보안법 보완입법 4개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법조계 등에서는 "보수세력을 의식한 타협안에 불과하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동석(민주주의법학연구회) 아주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이같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주

열린우리당의 출제오류

열린우리당이 당론 결정을 위해 지난 12일 마련한 '국가보안법 보완입법 4개안'은 명백한 출제오류이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제1안 형법보완 개정안(내란죄부분 개정), 제2안 형법보완 개정안(외환죄부분 개정), 제3안 형법보완 개정안(내란·외환죄부분 동 개정), 제4안 보완(대체) 입법안(국가안전보장특별법) 등 네 가지 중에 정답은 없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이름으로 발표한 '국가보안법 없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며' 중 4개 대안을 운운한 첫 문단과 끝에서 두 번째 문단을 제외해야 만점 답안이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반민주적·반인권적 악법 규정, 사상·양심의 자유에 대한 강조, 국제사회의 폐지 권고 등의 논거와 시대적 과제로써 국가보안법 폐지, 마침내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한껏 존중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마무리는 흠 잡을 데 없다.

그런데 왜 두 문단을 슬쩍 끼워 넣고 억지로 네 개의 선택지를 만들어 정답 없이 잘못된 답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안보공백”이 무엇이란 말인가?

'내란목적단체조직’죄(제1안과 제3안), 형법을 오해하고 있다

내란죄 부분 중 ‘내란목적단체조직’은 우리 형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1953년 형법제정 과정에서 김병로 대법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내란죄라는 죄에 대해서 여러 가지 형태가 그 전 일본 내란죄와는 좀 형태를 달리했고 또 공안에 관한 장이 설치가 되어서 거기에도 여러 가지 함축성 있는 조문을 설치하게 되어서, 지금 국가보안법이 제일 중요한 대상인데 국가보안법 조문을 가지고 대조해서 검토해 볼 때에 국가보안법에 대한 범죄사실을 혹 형에 가서 다소의 경중의 차이가 있을런지도 모르나 이 형법전을 가지고…국가보안법에 의해서 처벌할 대상을 처벌하지 못할 조문은 없지 않는가 하는 그 정도까지는 생각했습니다."(형사법제정자료집, 172-3쪽)

그가 국가보안법 없이 형법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 것은 일본 형법이 내란과 그 예비·음모만을 처벌하지만 우리 형법은 그 선전·선동까지 처벌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것은 ‘공안에 관한 장’ 중 첫 조문인 ‘범죄단체의 조직’(형법 제114조)이다. 이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조직 또는 가입을 그 목적한 죄로 처벌’하기 때문에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할 내란(형법 제87조) 목적 단체조직 또는 가입은 내란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은근슬쩍 ‘폭동’을 빼고는 이와 달리 ‘국토 참절과 국헌 문란’ 목적의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보안법 제2조)를 구성 또는 가입한 것만으로 처벌하겠다고 우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헌문란 자체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형법 제92조)인데, 국헌문란이 범죄가 아니란 말인가.

‘국토 참절과 국헌 문란’의 목적은 범죄 목적이므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설마 폭동은 물론 예비·음모, 선전·선동을 제외한 염력(念力)으로 국가를 전복할 수 있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참고로 일본에는 ‘내란 등의 선전·선동을 처벌’하고 ‘폭력주의적 파괴활동을 행하거나 그 명백한 우려가 있는 단체를 해산’하는 파괴활동방지법이 있다. 즉 우리 형법은 일본과 비교할 때 ‘형법 더하기 파괴활동방지법’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파괴활동방지법’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새시대에 걸맞은 간첩죄 개정은 별도로(제1안, 제2안, 제3안)

국가의 기밀을 탐지·모집하는 간첩행위 처벌(형법 제98조)이 “적국”으로 되어 있는 것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로 개정한 것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칭찬 받을 일은 아니다. 이 조항의 개정을 국가보안법 폐지와 연계시켜 지금 당장 손봐야 할 까닭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

첫째, 형법은 ‘간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명확한 개념에 따라 세분화하여 유형화할 필요가 있다. 인권침해 남용을 막기 위해서이다. 현행 형법의 해석상 간첩은 국가기밀의 탐지·수집을 말하는데, 독일의 경우에는 국가기밀 전달(간첩), 국가기밀 누설, 간첩 목적의 국가기밀 수집, 과실 국가기밀 누설, 간첩 목적의 정보수집활동 등과 같이 구체적 행위에 따라 세분화하여 규정하고 있다.

둘째, 국가기밀의 개념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여 ‘공지의 사실이 아니면서 그 누설이 국가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실질적 국가기밀(대법 1997.7.16. 97도985)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과거 대법원은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항까지도 국가기밀로 보았다.

셋째, 법정형의 인플레이션 문제이다. 우리 형법에서 간첩죄의 경우 그 행위내용은 ‘국가기밀의 탐지·수집’ 행위임에도 그에 대한 법정형은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다. 독일의 경우 우리 형법의 간첩죄에 해당하는 간첩목적 국가기밀탐지죄의 법정형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불과하다.

색안경을 벗지 못한 ‘준적국 조항’(제2안, 제3안)

준적국 조항의 개정은 북한을 국가로 볼 수 없다는 관점에서 신설한 조항이다. 즉 “대한민국의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단체”를 외환죄 관련해서는 적국 또는 간첩죄 관련해서는 외국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3대 형사법학회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도 형법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자리에서 신동운 서울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형법에서 북한의 지위를 고정시키기보다 남북관계와 행위유형에 따라 탄력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현행 형법을 유지하자는 견해이다.

"우리 형법을 보면 ‘국토를 참절하는 단체’를 내란죄의 주체로, ‘준적국’ 개념을 도입해 교전 상태인 나라를 외환죄의 전제로 하고 있다…미리 북한의 지위를 규정하지 말고, 지금의 형법 테두리 안에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한겨레신문 2004. 9. 21)

문제는 북한을 적대적인 존재로만 보려는 편향된 시각이다. 대법원은 북한이 “적화통일노선을 완전히 포기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서울고법 2004.7.21. 2004노827) 혹은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상”(대법 2003.9.23. 2001도4328) 더 나아가 “그들 내부에 뚜렷한 민주적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상”(대법 2003.4.8. 2002도7281)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렇게 주관적인 판단, 그것도 ‘완전’, ‘명백’, ‘뚜렷’과 같은 완고한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이상, 설령 북한 혹은 남북관계의 객관적인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적화통일노선의 연장일 뿐이며 따라서 북한은 언제나 적대적 존재일 뿐이다.

사실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남과 북이 함께 평화통일 목표를 지향하는 관계에 들어선다면, 적어도 형법상 북한을 국가로 볼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전혀 불필요하다. 결국 형법에 손대느니 남북간 평화관계를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진척시키는 것이 남북 모두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는 최적의 지름길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형법은 그 지름길에 접어들기까지 국가안보를 보장하는데 충분하다.

‘자투리 국가보안법’, 「국가안전보장특별법(안)」 (제4안)

제4안은 논평할 가치도 없다. 이 법안은 국가보안법 앞자투리를 엮어 하나의 법률 행색을 하게 만든 법안이다. 말로는 ‘필요 최소한으로 적용해야 한다’거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된다’(법안 제2조, 현행 제1조 제2항)고 너스레를 떤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반국가단체(현행 제2조)를 국헌문란목적단체(법안 제3조)로 바꿔치기 했으며, 구성과 가입 등의 처벌조항(법안 제4조: 현행 제3조의 변형)과 목적수행 행위 처벌조항(법안 제5조: 내란·외환 관련 현행 제4조와 제5조 일부) 같은 국가보안법 자투리를 담고 있다. 게다가 앞서의 안과 달리 내란·외환 관련 자진지원죄까지 포함시켰다. 말로만 인권침해 최소화 운운하지 말고 아예 법안을 폐기하는 것이 그 말에 책임을 지는 명실상부한 일이다.

선택지 추가와 0순위 정답

따라서 기존의 사지선다에 선택지 하나를 앞자락에 배치한, 오지선다의 재출제를 제안한다. 즉 0순위의 선택지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법률내용도 요즘 말로 ‘쿨’하다. "국가보안법은 폐지한다"는 단 하나의 조문,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나랏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가보안법 같이 해묵은 문제는 간결하고 쉽게 푸는 것이 정석이다. 갈 길이 멀다.  

2004/10/14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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