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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중 교수] 조선·동아, 한나라당 '국보법' 당론 환영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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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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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보도비평 26] 조선·동아, 한나라당 '국보법' 당론 환영하는 이유
<오마이뉴스>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논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연재합니다. 연재는 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소속 대책위원이 맡습니다. 스물여섯번째 비평은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국가보안법 폐지가 한나라당의 무조건 반대에 부딪혀 연말을 넘기려는 듯하자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역풍을 생각지 못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이철우 의원 간첩암약' 발언 파동은 이같은 움직임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지 않고 싶었으리라 여겨지는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에서 당한 고문의 상처들이 하나씩 꺼내지기 시작했다. 56년의 상처를 다 보여주기 어렵겠지만 그들을 대표해 전하는 말을 들어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자신보다 동료들의 억울한 연루를 막기 위해 죽어버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고문을 참아낸 현대자동차 노조의 배만수씨.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의 색깔공세 희생물이 돼 정당한 주장의 기회조차 박탈당했던 한국통신 노조. 항문조사, 잠 안재우기, 성기고문 등을 당하면서 받은 수사에도 주요 구성혐의가 무죄로 밝혀졌으나 유인물 한 장에 이적표현물 소지죄가 적용돼 해직된 박정훈 전 교사. 어느 사례인들 피와 눈물이 섞여 있지 않겠는가?
조선·동아. 국보법의 인권침해 현실은 관심밖
그런데 이에 대해 눈감는 집단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서 눈멀고 귀막힌 사람들이 있다. 소위 수구 보수언론이 전자이다. 오늘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기획기사로 국가보안법 기사를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바로 그 본질인 인권침해 현실은 이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신문의 대부분 독자들도 이런 현실을 모른 채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두려움만 키워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례를 접하면서 느낀 안타까움과 분노는 이들 신문이 보이는 작태에 대한 분노에 비하면 반딧불에 불과하다. 최근 인터넷의 보급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들의 호소는 기자회견 장소의 외로운 외침에 불과했을 것이다. 사회의 중요한 사건을 기록하지 않는 것도 신문의 왜곡임을 이들 신문들은 알기나 할까?
반면에 조선, 동아일보와 한나라당의 궁합은 찰떡이었다. 한나라당이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의 방향을 잡자 조선, 동아는 다같이 환영 사설을 내놓았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이 이제 무조건 폐지반대 주장을 접고 대안을 내놓았으니 ‘여야 타협 이루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 안이 겉으로 보기에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주요 쟁점에서 유사점이 많으니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여야 안이 정말 유사점이 많은 것인가? 비록 완전 폐지 주장에는 못 미치지만 여당이 폐지 후 형법 보완을 하겠다는 것이 불고지죄 폐지 외에 일부 자구를 수정하자는 한나라당안하고 같은 것인가? 그래도 대체입법으로 가는 것이 대세라고 또 다시 국민을 빙자해 압박을 가한다.
마지막으로 여당에 침을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여당의 문제제기로 정치가 막히고 국론 분열되고, 소모전을 치렀다는 것이다. 여당 잘못으로 결론을 내리고 만다. 그러나 사설도 인정하다시피 구체적인 대안 하나 없이 수개월간을 정국을 대치 상태로 만든 무조건 반대당 한나라당의 잘못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조선일보는 그래도 그 차이가 큼을 인정하는 정도의 사고는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변화를 강조할 뿐 그것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항들을 굳이 특별법으로 놔두어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이 한발 물러섰으니 열린우리당이 물러 설 차례란다.
물론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누구도 첫 시작이 완벽할 수 없으니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서 자신의 원래 생각을 무조건 고집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쪽이 양보하면 다른 쪽도 양보하라는 것이 정치인가? 그렇다면 정치란 무조건 극단적 주장을 하고 보는 것이 최고이겠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고민도 없이 반대만 주장했나 보다. 한나라당이 몇 개월간을 대안도 없이 반대 주장만을 함으로써 사회가 소모전에 시달렸던 것에 대한 지적은 조선일보에도 물론 없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정치적 깃발만을 내세우지 말라고 몰아세운다. 여당은 여러 가지 안을 가지고 그동안 내부 논의가 이루어져 왔던 것을 이들 언론들은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물론 시대적 당위인 국보법 폐지를 가지고 논의한다고 보내온 여당의 행태는 빨리 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대안 없이 주장만 내세운 집단이 누구인지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조선일보, 한나라당 손들어주기
조선일보는 거의 한 면을 할애해 여야 안을 비교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안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A4). 반국가단체 조항을 비교하면서 ‘북한 이외의 단체는 국토참절이나 국헌문란 목적이 있어도 구체적 폭동행위가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 한나라당 안과 다르다’고 결론은 내렸다. 여당이 제시하는 형법 보완안에서 ‘폭동 목적’이 ‘구체적 폭동행위’로 둔갑하고 나서 처벌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찬양 고무의 경우도 폭동 목적의 선전·선동이 아니면 처벌할 수 없다고 여당 안의 한계를 지적한다. 폭동 목적이 아닌 선전·선동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폭동 목적이 아니면 설사 선전·선동이라 하더라도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아니던가?
동아일보도 역시 5단 박스 기사로 여야 비교를 크게 다루었다(A9). 그러나 내용은 여당이 한때 안으로 고려했던 대체입법안과 현재 한나라당안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많은 단체들과 학계의 주장, 그리고 현재 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폐지후 보완안과 비교는 거의 없다.
사설이 주장하고 있는 바대로 여야 합의(사실상 한나라당안으로)가 이루어지라는 것이 동아일보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56년간 인권침해의 역사를 지닌 국가보안법이 실효성도 없이, 그러면서도 과거와 같은 독재정권이 들어서면 악용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그렇게 붙잡고 늘어져야 하는 명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조선일보 A5면에 게재한 기사는 이제까지 살펴본 바의 결정판이었다. 「한나라당 12·15 대전환의 밤이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박대표가 쏘아 올린 신호탄」 「본령지키겠지만 색깔 논쟁은 안할 것-보수파 반발 예상외로 적어」등의 제목 아래 쓰인 기사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지금의 결정을 내렸는가, 그에 대한 반응은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지만 앞의 제목이 보여주듯 한나라당의 ‘결단’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사였다. 대선 시기가 다시 돌아온 듯했다.
오늘도 동의하지 않는 집단에 대한 배제원칙, 우호적인 집단과의 교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언론권력 행사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언론개혁은 제 개혁의 디딤돌인 모양이다. 국가보안법 기사를 보면서 언론개혁을 다시 되새기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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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대책위원은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은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오동석(민주주의법학연구회) 아주대 법학과 교수, 김진(민변) 변호사,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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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