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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주장]광란의 굿판을 거둬라! 2005/10/26

[오미아-주장] 광란(狂亂)의 굿판을 거둬라
강정구 교수 언론기고문 논란사건을 바라보며
윤지훈


강정구 교수 언론 기고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뇌사상태에 빠진 ‘국가보안법’의 영혼을 되살리는 놀라운 반전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연 한나라당, 조연은 검경의 공안세력, 그리고 극본 및 연출은 조중동을 비롯한 이 땅의 수구 언론이다.

학자의 학문적 주장을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편식하는 습관이 있는 이들은 강 교수의 글에 학문적 비판과 데이터의 ‘사실’에 대한 검증 없이 외눈박이 생(生)을 살아오며 형성된 자신들만의 ‘가치’를 가지고 강 교수의 연구 결과물과 인격을 난도질한다.

역사추상형 방법으로 접근한 사실지향의 ‘글쓰기’를 가치지향의 ‘선동’으로 묻어 버리는 행위이다. 시대의 변화 속에 무뎌졌을 법한 칼을 다시 휘두르며 또 다시 ‘영광의 세월’을 되찾기 위하여 고군분투 하고 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의 발언을 소개하지 않더라도 이번 강 교수 기고문 논란 사건은 우리 사회 수구 세력의 지적 천박성과 무모하리만치 용감한 그들의 독선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강 교수 사건의 본질을 명확히 하자. 이번 사건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된 반공주의 사회 속에서 냉전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학자의 실증적 논증 결과물에 대해 이 땅의 모든 수구세력이 총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역사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친일과 친미의 역사를 걸어온 그들에게 과거사 청산과 남북관계의 비약적 발전은 존재의 기반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그들이지만 오랫동안 반공 카르텔을 조폭적 수준으로 유지하였던 그들의 조직적 반격은 일단 문제제기 차원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싸움의 결과는 역사의 심판 속에 명확히 갈리겠지만.

몇몇 진보 개혁적 지식인의 모습도 과히 보기 좋지는 않다. 진보, 개혁적 사회의제를 제기했던 지식인들의 상당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발언을 자제하였다. 그리고 몇몇 진보, 개혁적 지식인들은 강 교수 사건에 대한 코멘트에서 “강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법처리 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이야기한다. 기실 지식인의 발언 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식인이라면 어떤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지, 강 교수가 제시한 데이터에 관한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수구세력이 나눠 놓은 이분법적 가치 판단에 자신의 정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건 비겁한 처세술일 뿐이다.

필자는 강교수 언론 기고문 논쟁을 시급히 토론의 광장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발전과 기술의 진보만으로는 사회 발전과 삶의 질이 향상되지 않는다. 역사와 철학, 그리고 사회문제를 대중들이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토론이 광장에서 활발히 진행될 때 가능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강 교수 언론기고 논쟁은 정치권, 사법권, 사회권 등 한국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수구세력의 놀라운 이슈 파이팅 능력을 우리는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천정배 장관의 합법적 불구속 수사지휘권은 검찰의 독립성 문제로 번지고 있으며, 강 교수 사법처리에 관한 찬반은 정치권의 핵심 공방거리가 되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은 강 교수의 과거 발언과 논문, 기고문, 행적, 가족관계 등을 샅샅이 뒤지며 무지의 독해능력으로 열심히 학습(?)한 성과물을 여과 없이 토해내고 있다. 교묘한 왜곡과 마타도어도 빠질 수 없는 재료다.

대한상공회의소 임원의 동국대생 취업 제한 검토 발언과 동국대 이사장의 강 교수 면직 검토 발언은 신판 연좌제의 부활과 대학의 자유로운 학문 연구 기능을 거세하는 전주곡처럼 들린다.

개혁적 과제를 실현하고 진보적 의제를 설정하는 작업은 어쩌면 높은 수준의 ‘혁명’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번 강 교수 언론기고문 논란 사건은 국가보안법폐지의 절박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장상환, 최장집, 송두율, 강정구로 이어지는 수구세력의 색깔 칠하기는 이번 과정을 겪으며 막을 내려야 한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발현을 위해서라도 광란(狂亂)의 굿판은 거둬야 한다.

한가지 더. 이번 논란의 핵심 인물인 맥아더 장군(전 UN군 최고 사령관)이 속해 있던 UN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음으로 답을 대신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UN인권위원회 이사회는 1992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정부에 국가보안법의 개정과 폐지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UN인권이사회 담당자의 발언)  

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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