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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김성란 사무총장]다시 여의도 칼바람속에 서면서 정치권에게 고함 2005/01/26
다시 여의도 칼바람속에 서면서 정치권에게 고함

김성란(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사무총장)

2004년 년말 국민들속에 최고의 자랑스러운 소문거리가 되었던 여의도 국회 앞,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단식농성단은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여론을 과반수 이상으로 올려놓는 대역사를 이루면서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사에 일획을 그었다. 냉전과 분단의 사회적 환경속에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시도 때도 없이 반공반북이데올로기로 세례받으며 자라난 대한민국 국민들 절반 이상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국가안보가 무너진다는 수구정치인과 언론들의 색깔선동에도 굴하지 않고 과감하게 ‘이제 국가보안법은 없어질 때가 되었어!’라고 말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게 되었다. 참으로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국가보안법은 건재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건재하고 있는데 2005년 새해 벽두는 화해와 상생이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
정치인들은 무슨 부적이라도 되는 양, 이말을 앵무새처럼 쏟아내고 있고‘민생'이라는 종자와 결합하여 어느새 우리시대의 최고의 화두는 화해와 상생이 되어버린 듯 하다. 이에 묻혀 '개혁'은 유배되어 있다.
도무지 '원적'을 찾을 수 없는 주제인 화해와 상생이라는 낱말을 거듭 들으면서, 마치도 줄다리기시합에서 심판이라는 자가 양측에 대고 협력해서 한쪽방향으로 줄을 잡아당기라는 것과도 같은 어처구니없는 꼴을 보는 듯 하여 심란하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참으로 잘 못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한 화해와 상생을 거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화해와 상생이라는 것도 중심이 있고, 기준이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내용은 없고, 지극히 표피적인 외교적 악수와도 같은 껍데기뿐인 화해와 상생에 대한 강요는 사회구성원의 정치적, 철학적 지향과 요구를 무시하는 아주 오만방자한 자기들끼리의 말놀음에 불과하다.
진정한 화해와 상생은 진짜 민주주의가 전제로 될 때 거론될 수 있는 대단히 고차원적인(?) 주제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틀어 사회의 중심기조와 줄기가 제대로 안착될 때만이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화해와 상생의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것이며 사회 구성원의 동의하에 그 실현을 위한 힘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처럼 화해와 상생을 읊어대지 않으면 마치 끈 떨어질 듯한 불안감에 휩싸여 호들갑을 떤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절대다수 국민의 요구와 역사적 상식에 기초한 사회의 중심기조를 제대로 세우는 일인 개혁의 완수없이 결코 화해와 상생은 가능하지 않다.

당면한 개혁의 핵심은 진짜 민주주의를 시작하는데 있다.
진짜 민주주의의 시작은 국가보안법 폐지이며 따라서 지금 개혁의 제1과제 역시, 국가보안법 폐지이다.
사람은 생각을 하고 나름의 사상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람의 생각과 사상을 재단하는 유무형의 억압과 탄압 기재를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휘두른다면, 그 사회 구성원은 본질적으로 생각과 사상이 반쪽인 반쪽짜리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다. 국가보안법은 바로 56년이라는 2세대를 걸쳐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반쪽자리 인생을 강요해온 반민주와 반인간의 극치를 보여주는 악법 중에 악법이다. 이런 법을 계속 끌어안고 우리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향유한다고 어찌 말할 수 있나. 이런 의미에서 혹자들의 '이제 왠만큼 민주화되지 않았나'라는 말은 가당치 않은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소위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시작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진짜 민주주의의 시작을 위해서는 반민주의 과거를 제대로 청산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56년의 시간과 결절하지 않으면 진정한 과거청산은 불가능하며, 민주 인권과 평화통일이라는 시대적 좌표조차 끝내 상실될 것이다.
'분별심'이라는 말이 있다. 너와 나를 구별하고, 옳고 그름을 주관적으로 가르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미를 던지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결코 화해할 수 없고 구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정당한 분별심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이다. 이 정당한 분별심을 유발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사람에 의한 사람의 죽음'과, '사람에 의한 사람의 고문'을 떠올리지 않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대사이며 그것이 바로 국가보안법 역사이다. 친일과 독재와 친미로 이어져온 모진 반세기의 세월을 통시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모나고 정난 시대를 상징하는‘한’의 결정체가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친일파들이 득세를 하고 친일계보의 정치꾼들이 50년동안 나라를 쥐락펴락하게 된 것도 국가보안법 체제때문이며, 성조기앞에 충성맹세를 강요당하며 반미는 곧 반정부요,반체제로 낙인찍혀 사람이 죽어나가던 독재의 시절을 수십년간 참아낼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다 국가보안법 체제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곧 파쇼체제이며, 야만의 과거사다.
진짜 민주주의를 위한 과거청산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야만의 과거사 청산, 그 주인공들인 수구세력의 청산, 파쇼체제의 청산, 그것이 곧 국가보안법 폐지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적당한 때라는 것은 없다. 언제나 바로 지금이 이 역사적 숙제를 완수해야 할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민주와 인권향상을 지향하며 진정한 상호인정과 화해를 거쳐 평화통일로 함께 가고자 하는 희망을 안고 있는 자라면 국가보안법과 어찌 공존하면서 살 수 있는가.
따라서 정치권이 지금 과거청산과 민주개혁이 아니라 수구와의 화해와 상생을 사회적 화두로 강요하는 것은 시대 전체를 희생시키는 통 큰 야합을 향해 줄달음치는 것과 진배없으며, 그 이면에는 시대적 흐름에 착목하지 못하고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비 정치꾼들의 한없는 비겁함이 깔려있음이다.

작년 년말 사상초유의 1300명 국민단식농성단이 근 한달을 곡기를 끊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56년간 왜곡된 역사의 청산을 요구하고, 희망하고, 부르짖었지만 끝내 국가보안법을 살아남았다.
시대의 사생아가 되어버린 수구정치인들의 국가보안법 사수를 위한 막가파식의 폭력적 행태에 대해서 국민들은 더 이상 놀라워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을 만든 자들이며, 국가보안법으로 사람을 고문하고, 사건을 조작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하며 반세기동안 권력을 독점해온 자들이며, 지금은 국가보안법과 함께 과거 시대의 끝트머리에 발가락을 겨우 걸고 서있는 매우 불쌍한 자들이다. 그들에 대한 분노는 이미 우리 국민들속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고 오직 그들에게 돌아갈 것은 과거와 함께 청산되는 수순만 남아있다.
다만 민주개혁의 국민촛불로 탄생하여 개혁국회를 자랑스럽게 외쳤던 정부여당에 대한 일말의 국민적 기대는 분명히 존재했었다. 그러나 결론은 명백한 배신이었다. 정치권이라는 것이 온갖 거래가 난무하는 곳이라 소문이 나있지만 국가보안법만은 결코 '정치적 거래' 거리가 될 수 없다는 시민사회의 외침은 선명했다. 그러나 이는 '소 귀에 경 읽기'였고, 끝내는 여야 야합으로 56년간 지속되어온 국가보안법의 고통은 끝을 보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바쳐온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에 대한 배신이자, 역사에 대한 기만행위를 저지하지 못했다. 민주개혁을 염원하며 미래로 전진하고자 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희망과 꿈을 거두어버리는 정치권의 역사퇴행적 작태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2월을 투쟁으로 살아야 한다.

2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침낭을 들쳐메고 국회 앞 농성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눈물을 떨구며 분통을 터트리던 동지들의 손을 잡고 약속했던 2월의 투쟁을 일구어내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수많은 국민들속으로 들어가 국가보안법의 패해를 널리 홍보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의 마지막 역사의 영마루를 국민들과 어깨걸고 넘어서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민주개혁의 촛불, 수구청산의 촛불을 전국 곳곳에서 다시 밝히고 있다. 전국을 차례로 이어 점화하고 있는 국민의 촛불로 세상이 환하게 밝아오고 있다. 이 촛불은 우리의 요구이자 시대적 정당성인 개혁전선을 힘차게 일구어낼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종당에 폐지시키고 질곡의 과거를 청산함으로서 미래로 가는 대로를 만들어낼 것임을 철썩같이 믿는다.

다시 국민의 촛불을 들고 여의도 칼바람속에 서서 개혁을 표방했던 정치인, 개혁하겠다고 약속해서 정치인이 된 그들에게 진정으로 전하고 싶다. 민주화를 위해 거리를 함께 뛰었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노무현대통령을 포함하여 지금 정치권에 앉아있는 이전의 민주투사들에게 고하고 싶다.
17년 전, 바로 국가보안법으로 고문치사당했던 박종철열사와 이한열 열사의 영혼을 하얀 두루마기속에 보듬은 채 문익환 목사가 부르던 그 수많은 이름들을 기억해보라. 노무현대통령도 그날 그 자리에 있었고, 모모 정치인들도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축제와도 같은 평화의 촛불로만 이만큼 전진해온 것이 아니다. 이 평화의 촛불을 일구기 위해 더 많은 시간동안, 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지 않았다면 작년 년말 그 시간, 칼바람 부는 여의도 노상단식농성단에 그대들의 이름이 함께 하고 있지 않았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80년 광주에서, 87년 민주화를 일군 거리거리에서, 두눈에 눈물고인 민중들이 거리의 노래속에 담았던 분노와 희망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와 민중과 통일을 가슴에 안으면 당당함으로 세상의 온갖 무서움을 날려버리고 모두다 한 식구같았던 그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독재정권과 반민주를 향해 던지던 수많은 화살과 50년 독재의 아성을 무너뜨렸던 진짜 주인공, 존재조차도 인정되지 않던 군중이 터쳐나와 내지르던 날선 무형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이 기억속에 언제나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응집된 고통덩어리, 국가보안법을 기억해야 한다.

노무현대통령이여, 그리고 모모 국회의원들이여!
민주개혁과 진보의 추상으로 빛나고 있는 수많은 눈동자들이 당신들을 또렷이 지켜보고 있음을 매초마다 떠올리시라.
점점 굳어가는 무릎과 조여드는 허리의 통증과 배고픔을 넘어서 역사속에 온몸을 보시했던 2004년 국가보안법폐지 1300명 끝장단식농성단의 항거의 의미를 잠자지 말고 모대기며 고민하시라.
2005년 새해를 국가보안법 폐지의 촛불로 밝히고 다시 여의도 칼바람속으로 모여들고 있는 전국의 국가보안법 폐지 실천단원들의 역사적 감각과 인간으로서의 진정성을 믿고 이들과 굳게 손잡으시라.
당신들의 역사적 소임은 폼도 나지 않는 수구와의 화해와 상생이 아니라, 수십년간의 민주화투쟁속에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쓰러진 영혼들과 가족들에게 합당한 위로와 보상을 하는 것이며 온전히 구속당해온 국민들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진정한 민주와 인권을 맛보게 하는 것이며, 남과 북이 적이 아닌 형제임을 인정하고 평화통일을 대로를 넓게 넓게 닦는 것임을 잊지마시라.
그 유일한 방도는 국가보안법 폐지뿐임을 명심하시라.
국가보안법 폐지없이, 그 어떤 민주개혁도, 평화통일도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심각하게 사색하고 머뭇거림없이 지금 당장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단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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