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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펌]서총련,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서 '행복한 국가보안법 장례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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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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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라도 고인과 마주치는 일 없길"
서총련,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서 '행복한 국가보안법 장례식'
김지은/권우성(Luna) 기자
▲ '국가보안법 행복한 장례식'이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서총련 소속 대학생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5일 오후 5시20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난데없이 꽃상여가 등장했다. 검은색 천을 두른 관도 눈에 띈다.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 그런데 장례식 풍경치고는 이상하다.
장례식장 한 가운데는 풍물패가 웃음을 가득 머금고 악기를 쳐대며 흥을 돋운다. 300여명에 이르는 조문객들의 표정도 즐겁다. 풍선을 들고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풍물에 맞춰 춤을 추는 이도 있다. 상복을 입은 유족들도 고인의 죽음을 맘껏 반기는 기색이다.
도대체 누구의 장례식인 걸까? 향년 57세로 생을 마감했다는 고인에 대한 설명을 유족으로부터 들어보자.
"1948년 12월1일 일제시대 독립군 때려잡던 치안유지법과 친일파의 후예 친미분단독재 세력 사이에서 형법보다도 먼저 기형아로 태어나 1949년 12월19일 1차 개정이 이뤄지기까지 11만8621명을 검거, 투옥시키고 132개 정당과 사회단체를 해산시키는 등 불과 1살이 되기도 전해 '좌익공산분자 박멸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며… (중략) 2000년 6월15일 53세 되던 해에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조국 통일의 물꼬가 트이자 이때부터 드러누워 심하게 앓다가 오늘 7천만 겨레의 이름으로 통쾌하게 처형됐으니 그의 나이 57세"
고인에 대한 '발칙한' 소개에도 모자라 유족들은 "한편으론 고인이 죽기까지 56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 참으로 원통하지만 드디어 고인을 보낸다는 사실이 기쁘고 또 감격스럽다"며 "꿈에라도 고인과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고 바랐다.
▲ 국가보안법 사망진단서에는 '6.15공동선언 채택과 민족의 통일열망에 의한 심장마비' '민중의 민주주의, 인권 열망에 의한 호흡곤란' 등이 사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정원·한나라당·친일친미 세력도 '동반 장례'
이는 다름아닌 현재 정치권에서 폐지 논의가 한창인 국가보안법에 대한 장례 퍼포먼스 풍경이다. 대학생 조직인 17기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서총련)은 기꺼이 유족을 자처해 이날 오후 5시20분께 부터 '흥겨운 국보법 장례식'을 치렀다. 이름하여 '행복한 장례식'.
상주인 이경수(25, 단국대 총학생회장) 서총련 의장은 "56년간의 치욕스런 역사를 가진 국보법을 이제는 학생과 국민의 이름으로 장사를 지내겠다는 취지"라며 "국보법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즐거운 사회를 만드는 일이므로 '행복한 장례식'이라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국보법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 한나라당, 미국,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친일친미 세력의 영정도 등장했다. 국보법과 함께 동반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의미. 장례식장에 내걸린 10여개의 만장에는 "잘가∼국가보안법" "청산 반통일세력" "국가보안법 폐지되면 통일을 앞당겨요" "국가보안법 폐지하여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등의 문구가 적혔다.
광운대·덕성여대·한국외대 등 서총련 소속 10여개 대학 학생 300여명은 조문에 나섰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백종호(24·한국외대 총학생회장) 12기 한총련 의장은 "원래 장례식에서는 큰 소리로 웃고 춤추는 것은 금기이나 오늘 '국보법 장례식'에서 만큼은 예외"라며 "춘천,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난 13일부터 오늘(15일)까지 전국 50여개 대학에서 '행복한 장례식'을 치렀다"고 밝혔다.
백 의장은 또 "앞으로도 ▲'국보법 폐지 자전거행진'(16일, 수원·대전) ▲'국보법 폐지 문화제' 참석(23일, 광화문 네거리) ▲국보법 폐지 국회앞 단식 농성(11월초) 등을 통해 국보법 폐지 운동에 동참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6만여명이 참여한 국보법 폐지 국민 청원(서명) 운동도 계속 벌이겠다"고 설명했다.
▲ 상복을 입은 대학생들이 '조선일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을 국가보안법 장례식의 '상주'로 풍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몰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리 행진을 가로막고 나선 경찰과 이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이 마로니에 공원 입구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모형 꽃상여는 '혐오용품'?... 경찰, 장례 퍼포먼스 행진 '원천봉쇄'
그러나 이날 장례식은 결국 반쪽짜리 행사로 그쳤다. 이날 오후 6시께 장례 퍼포먼스를 마친 서총련은 이후 종로 1가까지 행진을 하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무산된 것. 경찰은 불법시위 용품이 있다, 행진 시작 시간이 계획보다 늦어졌다 등의 이유를 들어 행진 허용 여부를 놓고 서총련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일몰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행진을 원천봉쇄 했다.
관할서인 동대문서 측은 "일몰이후의 집회는 모두 불법인데 이미 오늘 일몰시각인 오후 5시57분을 넘겨 행진은 허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고 학생들은 약 1시간 30분 가량 경찰과 대치,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마로니에 공원 주변에 6개 중대 6500여명의 경찰대원을 배치한 상태였다.
이에 앞서 경찰은 학생들이 준비한 모형 '꽃상여'와 '관'도 '불법 시위용품'으로 몰아 부치며 문제 삼았다. 시위 물품으로 신고되지 않은 데다가 '혐오물품'이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총련의 한 관계자는 "오늘 행진의 컨셉이 '행복한 장례식'이어서 일부러 알록달록하고 화사한 분위기로 꽃상여를 꾸몄는데 혐오스럽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반 시민들의 눈에 오색 꽃으로 장식한 모형 꽃상여와 무장 경찰 중 어느 것이 과연 더 혐오스럽게 보일지 의문"이라고 혀를 찼다.
한편, 행진이 불허되자 서총련 소속 학생 300여명은 지하철역을 이용, 종각역으로 이동해 오후 8시20분께부터 약 20여분간 종각~종로3가 일대 차도의 갓길을 이용해 "국가보안법 폐지" 구호를 외치며 뛰는 '기습시위'를 벌인 뒤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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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