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무국 |
 |
[오마이뉴스]홍세화 '도전골근벨' 인터뷰 |
|
2004/10/20 |
|
|
"과반수 여당, 조·중·동과 수구에 휘둘려 답답"
[인터뷰] 홍세화 '도전 골든벨, 폐지! 국보법' 퀴즈대회 추진위원장
조호진(mindle21) 기자
홍세화 대표는 국보법의 이분법 논리에 찌들리고, 질서의식 강요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을 공화국의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국보법 폐지는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과 수구언론 등 기득권 세력들은 사익추구를 매개로 국보법 폐지반대 전선을 형성해 강한 결집력을 보이는 반면 개혁세력들의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의지만 있다면 국보법을 폐지할 수 있는데도 조중동과 수구세력에 휘둘리면서 혼선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이 선택한 과반수 의석이 무의미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이 답답하고 한심하다."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23년 동안 망명의 고초를 겪었던 홍세화(한겨레신문 편집기획위원·'학벌없는사회' 대표)씨는 최근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권의 행태를 목도하면서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특히 "국보법 존치론(存置論)자들은 인권유린 조항만 없애고 그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는데 문제는 국보법이 인권유린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식을 반신불수로 만드는 데 있다"면서 "국보법 존치론자들은 공익성과 공공성 차원의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확충조차 좌파적 정책이라며 비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는 23일 <오마이뉴스>와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한성대학교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도전 골든벨, 폐지! 국가보안법' 퀴즈대회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에서 홍세화씨를 인터뷰했다.
홍 씨는 "청소년들이 민주공화국 시민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판적 시민의식'과 '사회적 공공성'"이라며 "기득권 세력들은 학생들이 비판 의식과 공공적 의식을 갖지 못하도록 경쟁과 질서를 강요하고 있다"고 현 교육체계의 문제점을 꼬집으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학생들이 국가보안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편 홍 씨는 최근 '고교등급제' 파문과 관련해서도 "일부 사립대학의 고교등급제 적용은 엄연한 범죄행위이며 내신이 부풀려졌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을 내미는 꼴"이라며 "만약 프랑스에서 '고교등급제'가 발생했다면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부에 의해 불평등을 제도·구조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홍세화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과반수 의석 열린우리당, 조중동과 수구세력에 휘둘리는 모습보며 답답·한심"
-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골든벨'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
"경쟁과 입시지옥에 지친 학생들이 국보법을 알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사회·문화에 대한 소양과 자아실현을 위한 자기 성찰은 사라지고 오직 '물신(物神)'이 지배하는 사회에 투항하기 위해 학력과 학벌에만 매달리는 학생들의 처지를 보면 안타깝다. 이는 학생의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이다. '도전 골든벨, 폐지! 국가보안법' 퀴즈대회를 계기로 문제의식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 국보법 폐지를 놓고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국보법 존치론(存置論) 자들은 인권유린 조항만 없애고 그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는데 문제는 국보법이 국민의 의식을 반신불수로 만드는 데 있다. 국보법 존치론자들은 공익성과 공공성 차원의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확충조차 좌파적 정책이라며 비난한다. 우리의 의식을 민주공화국 시민의식의 수준으로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국보법이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 열린우리당의 개혁적인 입장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린다.
"우리당의 개혁은 국보법, 과거사, 언론개혁 등의 왜곡된 부분을 손질하겠다는 정도이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이념·색깔논쟁을 하고 있지만 '근로자 파견법'과 '재벌개혁' 등의 경제·노동정책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포로가 된 열린우리당의 계급적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색깔공세를 편 적이 있다.
"그들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이란 특수한 임무를 띄고 태어났다는 '국민교육헌장'을 암기하도록 하면서 반공·안보의식을 강요했던 세력들이다. 수구세력들은 전교조 교사들이 의식화 교육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은 기득권 세력이 언론과 교육을 통해 반공·친미·질서의식을 강요했던 것이다. 그러한 고정된 시각에서 변화가 일어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교과서 파동을 일으킨 것이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국가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제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국가의 정체성을 명시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국가정체성 운운하며 논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공화국의 출발정신이며 덕목은 공익성과 공공성에 있다.
유럽사회에서는 진보든 보수든 공익과 진실의 가치를 공유한 뒤에 경쟁하고 있다. 이른바 합리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 사이의 경쟁게임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수구세력들은 공익성과 공공성의 요구까지 좌파적 발상이라며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능멸하고 있으며 입시지옥에 지친 청소년들은 공화국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 '도전 골든벨, 폐지! 국가보안법' 퀴즈대회는 청소년을 상대로 한 '인권교육' 측면도 강한데, 프랑스 청소년들과 한국 청소년들을 비교한다면.
"프랑스 청소년들은 공교육과정에서 사회와 역사에 대해 비판적인 안목을 키우면서 시민의식을 갖는다. 가령 대학입시 자격시험에서 필수과목인 철학의 예를 보자. 인문계의 경우 철학은 프랑스어와 영어를 합친 배점일 만큼 그 비중이 대단하다. '국가는 개인의 적인가', '모든 권력은 폭력을 동반하는가' 등의 문제가 출제된다.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이미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형성되는 것이다. 반면 우리 교육은 암기, 주입식 교육에 머물고 질서의식과 경쟁의식 주입에 주안점을 둔다."
- 프랑스 청소년들의 사회적 관심과 참여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 2002년 봄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 당수가 예상을 뒤엎고 좌파인 죠스팽 후보를 누르고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이주노동자 즉시 추방', '사형제 부활' 등을 내건 극우 인종주의자인 르펜의 결선진출에 놀란 프랑스 국민들은 '프랑스의 치욕이자 민주주의 위기'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고교생 10만명 이상이 거리로 뛰쳐나와 '공화국을 지키자'는 표어를 내걸고 시위하며 극우세력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은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시민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학생들이 거리 시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자유·평등·박애를 추구하는 공화국의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홍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개혁후퇴는 예정된 모습이며 한계라고 못박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우리 사회에서는 일부 명문대의 '고교등급제' 적용으로 파문이 심각하게 일고 있는데.
"고교등급제 적용은 엄연한 범죄행위다. 수시 제도는 수능점수라는 획일적 방식을 피하고 특기와 창의성을 살려 학생을 선발하려는 긍정적인 시도였다. 그런데 일부 상위권 사립대학은 부유층 자녀들을 선발하려고 이 제도를 악용했다. 내신이 부풀려졌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것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꼴이다.
만약 프랑스에서 '고교등급제'가 발생했다면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물질의 크기에 의해 불평등을 제도·구조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공제와 공공성이 실종된 이번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재단과 대학교수들이 대학을 공공재가 아닌 사적 전유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 청소년들을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민주공화국 시민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판적 시민의식'과 '사회적 공공성'을 갖는 것이며 공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들은 학생들이 비판 의식과 공공성을 갖지 못하도록 질서의식과 경쟁만을 강요한다. 특히 질서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경쟁에서 이긴 자에게 복종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자유와 연대, 평화와 인권을 가르치며 공화국 시민으로 키워야 할 교육과정이 일제 군국주의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
|
|
실천단 농성일지
